SPECIAL FEATURE
위로의 디자인2

g: Special Feature

 

비를, 지금 당신에게

에디터. 이지영 

소리는 공간을 타고 시간 속을 부유한다. 무수히 반복되는 정렬을 통해 느껴지는 울렁임과 하얀 조명 사이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공명을 형성한다. 그것은 단지 감각적 공명이 아닌,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에서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것이다. 작품과 마주한 순간, 무수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건 아마도, 소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성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멈춘 그곳에서 잠시 눈을 감고 싶어진다.

 

 

 

Sound Looking-Rain

나는 오래전부터 “소리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석굴암에 있는 십일면 관음상을 보고 ‘觀(see) 音(sound)’의 의미를 생각하며 관련된 책을 찾다가 ‘관음보살을 간절히 소리 내어 부르면 보살이 즉시 듣고 해탈하게 만들어 준다(法華經 普門品)’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모든 작업은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에 대한 실험과 반복되는 다듬기의 연속이다. 단순히 소리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것을 물리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Sound Looking-Rain>처럼 형태와 감성을 주제로 작업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비의 생김새와 소리를 동시에 느껴보고자 의도했던 작업이다. 전시에서 쓰인 빗소리는 종묘에서 1998년에 녹음했던 소리이다. 빗소리의 종류는, 지역과 비의 양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종묘의 빗소리를 쓴다. 특별히 녹음이 잘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종묘의 빗소리를 들었던 1998년 봄은 내가 소리를 꼭 시각적으로 구현해보겠다는 결심을 한 시기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순수함이 연상되었다. 그때는 보잘 것 없는 장비로 열정만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 열정의 소리가 가장 예쁘게 느껴졌다.

작품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들인 비를 상징화하는 모노 필라멘트는 두께와 재질, 가장 중요한 스피커의 종류와 개수는 매번 다르다. 매번 다른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매번 다른 곳에서 전시되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에 따라 디스플레이도 달라진다.) 빗소리와 관객이 만날 때 얼마만큼의 공명이 발생하는지가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나의 작품을 통해 편안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해주려 한다. 빗소리를 보고 편안해지면 좋겠다.

Text _ 김기철 

 

 

Sound Looking_Rain_ Telic Arts Exchange, Los Angeles, U.S./ 2007

 

김기철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후, The Art Institute of Seattle에서 오디오 프로덕션을, 칼아츠에서 순수 미술과 인티그레이티드 미디어(Art/Integrated Media)를 전공하였다. 첫 번째 개인전 <십일면관음, 1993>을 시작으로 일관되게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작업한다. 최근 들어 조각가로서 비교적 초기에 시도했던 소리의 감성적 접근과 음향 심리학에 기반을 둔 작업을 진행 중이다. www.kimkichul.com

 

 

 

 

 

 

 

함께라는 행복

에디터. 유인경, 자료협조. Paul Kweton 

반려 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란, 그 존재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맹목적인 신뢰와 변치 않는 눈빛은 그때마다 새삼스럽게 가슴 뭉클한 행복을 준다. 반려 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흔들의자가 있다. 이 의자는 동물들이 쉴 수 있는 집과 사람이 사용하는 흔들의자를 획기적으로 결합한 가구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눈에 띄는 배려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가구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받는 자보다 주는 자에게 있어 틀림 없는 행복과 위로를 보장받는 일이다. 하물며 사랑스런 반려 동물과 함께 쉼터를 공유하며 놀랍게도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또는 보장해주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rocking-2-gether chair 2.1

특허 출원 중인 <rocking-2-gether chair>는 흔들의자와 개/고양이 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구이다.

오래된 학교 흔들의자와 개집의 ‘융합’과 ‘변이’ 조작이 이 같은 하이브리드 흔들의자를 탄생시켰다. 반려 동물의 쉼터(pet shelter)와 사람의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의 결합이 이 의자의 기능성을 남다르고 개인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처음에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3D 모델의 생성과 함께 2011년 시작되었다. 1 : 8 규모의 3D로 인쇄된 여러 모델은 균형을 세밀하게 조정해가면서 흔들의자의 성능을 따르게 됐다. 현재의 <rocking-2-gether prototype 2.1> 프로토 타입 의자는 CNC 가공된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졌다. 의자의 ‘갈비살’들의 밀도와 개수를 조정하고 서로 다른 간격을 사용해서 사람과 동물 사이의 시각적 연결을 제어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rocking-2-gether 의자의 프로토 타입은 최종 풀 타입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모델링과 디지털 제조의 성공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Text _ Paul Kweton

 

 

 

 

Paul Kweton

Paul Kweton은 라이스 대학 건축 석사 과정(2008년), 비엔나 기술 대학의 ‘Building Science and Technology’ 석사 과정을 마친 후, ‘reVision Dallas(with Morris Architects)’로 2010 AIA Houston Design Award에서 Conceptual 부문을 수상하는 등 신진 작가로 활발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그의 디자인 연구 대상과 주역점은 하이브리드 오브제와 프로젝트에 맞춰져 있다. 다르고, 특이한 기능을 모핑(Morphing)하는 것은 디자인 이론 및 설계 공식에 있어 중요하고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의 모든 프로젝트는 영감과 예리한 관찰에서 시작해, 특이하고 예측 불가능한 오브제와 프로젝트, 즉 기존의 개념을 바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aulkweton.com

 

 

 

 

 

 

창문의 개성

에디터. 박선주, 자료출처. Wikipedia, KUNST HAUS WIEN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는 삶과 예술을 통해 한 사람의 신념이 얼마나 오롯하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였던 그는 ‘인간은 자연에 초대된 손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평생에 걸쳐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주창했다. 영감과 치유로서의 ‘자연’에 천착한 그는, 자연히 자연물의 본질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고유성 또한 중시했다.

작업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집 안과 밖, 식당이나 기차, 비행기, 자기가 머무르는 곳 어디에서든 그림을 그린 그는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자유롭게 그렸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의 이러한 방식을 ‘식물적 회화법’이라 부르기도 했다.

자연과 개성을 존중하는 그의 철학은 건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훈데르트바서는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 건축들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우리의 세 번째 피부라고도 주장했다. (첫 번째 피부는 그야말로 피부이며, 두 번째 피부는 의복, 네 번째 피부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 다섯 번째 피부는 지구와 환경이다.) “사람이 입주한 순간부터 집은 사람과 함께 자란다”고 한 그는 집이라는 세 번째 피부를 통해서도 우리의 존재성을 드러내고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집 또한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겼다.

그 단적인 예는 창문에 있다. ‘훈데르트 바서의 건축물’ 하면 곡선과 다양한 색채, 옥상 정원과 나무 세입자, 그리고 서로 다른 모양의 창문들을 떠올릴 것이다. 창문권(Window Rights)을 주장한 그에게 ‘건물은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었다.

“창문은 눈과 동일하다. 눈과 창문은 단일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평범하고 획일적인 창문들은 슬프다. 창문들은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2년 전 한국에서 열렸던 그의 특별전 이후로 나는 이 말을 늘 잊을 수가 없었다. 창문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야.

 

 

 

1, 2. 블루마우 온천 마을(Rogner Bad Blumau)

3. 쿤스트하우스빈(KunstHausWien)

 

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

192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리드리히 스토바서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게토로의 강제 이주와 유대인 외가의 몰살을 경험하며 평화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의 이름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했고 첫날에 자퇴했다. 자유로운 색채와 유기적인 형태로 평생에 걸쳐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갔다. ‘건축치료사’라고도 불린 그는,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 지상낙원을 실현하려는 이상적인 건물들을 건축했다. 뿐만 아니라 시위와 연설을 통해, 직접 신과 옷을 만들어 입고 부식토 변기 등을 발명해 사용하는 그 자신의 생활을 통해 신념을 피력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훈데르트바서는 2000년 태평양 위에서 숨을 거둬 뉴질랜드에 있는 그의 튤립나무 아래 묻혔다.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